발주자도 하청 근로자 사고에 책임질까? 건설공사발주자와 도급인 구분 기준 (대법원 2024도5902)
안전보건 컨설팅을 하다 보면 이런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공사를 외부 업체에 맡겼는데, 우리는 그냥 발주자인가요, 아니면 도급인인가요?"
단순한 명칭 문제가 아닙니다. 건설공사발주자라면 발주자로서의 일부 의무만 이행하면 되지만, 도급인으로 판단되면 하청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조치 의무와 형사책임까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인천항만공사 판결에서 둘을 구분하는 기준을 제시했지만, 발주사가 공정회의를 주관하거나 안전작업허가서를 승인하는 경우처럼 현장에서는 여전히 판단이 어려웠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한국중부발전 사건에서 기존 법리를 유지하면서 발주사를 건설공사발주자로 판단했습니다.
사건의 개요
- 한국중부발전이 신서천화력발전소 건설 중 배연탈황설비 공사를 금호건설에 도급했습니다.
- 전기제어공사 중 변압기 아크 폭발사고로 금호건설 근로자 1명이 숨지고, 한국중부발전·하청업체 근로자들이 다쳤습니다.
- 검찰은 한국중부발전이 별도 건설본부를 두고 공정을 관리했고, 주간공정회의와 안전작업허가서 승인에 관여했다며 도급인으로 기소했습니다.
| 심급 | 판단 |
|---|---|
| 1심 | 건설공사발주자 → 무죄 |
| 2심 | 발전소 공사가 전력사업에 필수적이고 별도 조직으로 관리 → 도급인 |
| 대법원 | 2심 파기, 건설공사발주자로 판단 |
대법원의 판단
판단 기준
도급인인지는 형식이 아니라 실질로 봅니다. 핵심은 공사 과정의 산업재해 예방과 관련해 유해·위험요소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관리 권한이 있었는지이고, 공사에 행사한 영향력의 정도, 공사에 대한 전문성, 시공능력 등을 종합해 판단합니다(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3도14674 판결 참조).
이 사건에 적용하면
- 주된 사업: 한국중부발전의 주된 사업은 발전사업이고, 발전소 건설과 운영은 구분됩니다. 배연탈황설비 공사는 끝나면 종료되는 일회성 공사입니다.
- 전문성: 한국중부발전은 해당 공사에 필요한 면허, 전문인력, 설비가 없었습니다. 반면 금호건설은 플랜트 전문 대형 건설사로 위험성평가 지침과 작업절차서를 직접 작성·운영했습니다.
- 공정회의·안전작업허가서: 대규모 공사에서 여러 업체의 작업 동선과 일정 충돌을 조정하기 위한 발주자의 통상적인 점검·조정·확인 업무로 보았습니다.
- 계약 구조: 설계·자재 구매·시공은 금호건설 측이 맡고, 설비가 가동 가능해지면 인도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한국중부발전이 설계나 시공을 직접 한 사실도 없었습니다.
- 사고 설비: 사고가 난 변압기는 인도 전이었고, 지침서상으로도 공급자 영역이었습니다.
발주자와 도급인, 무엇이 다른가
| 구분 | 정의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 주요 의무 |
|---|---|---|
| 도급인 | 물건의 제조·건설·수리, 서비스 제공 등을 도급하는 사업주 (건설공사발주자 제외) | 관계수급인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조치, 안전보건협의체 구성·운영, 순회점검, 합동점검, 작업장 간 연락체계 구축 등 |
| 건설공사발주자 |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자로서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지 않는 자 | 공사안전보건대장 작성·확인 등 계획·설계·시공 단계의 관리적 조치 중심 |
실무에서 유의할 점
이번 판결로 발주자가 공사에 관여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도급인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졌습니다. 공정회의 주관, 안전작업허가서 승인, 공정률 확인, 일정 조정은 경우에 따라 발주자의 통상 업무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어디까지가 '점검·조정'이고 어디서부터 '시공을 주도해 총괄·관리'한 것인지는 계약 구조, 공사 내용, 발주자의 전문성, 실제 지시·감독 방식에 따라 달라집니다. 공사를 맡기는 회사라면 다음을 챙기시길 권합니다.
- 계약서에 업무 범위와 안전관리 책임을 명확히 적습니다.
- 운영 과정에서도 발주자의 관리 역할과 시공사의 작업지휘·안전관리 책임이 섞이지 않게 합니다.
- 회사의 발주 방식과 현장 관여 수준에 맞는 내부 기준을 미리 세워 둡니다.
